김성희 기자의 뒤적뒤적
"나는 세상 사람들을 배우는 사람과 배우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려고 한다. 어떤 사람들은 늘 배우고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마음을 열고 귀 기울여 듣는가 하면, 그들이 뭔가 잘못을 했을 때 똑같은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. 그리고 어떤 작은 일을 했을 때 별로 효과가 없었다면 다음에는 더 열심이 하려고 한다. 우리가 묻고자 하는 것은 성공을 했는가. 또는 실패를 했는가가 아니다. 여러분이 배우려는 자인가. 아니면 배우려하지 않는 사람인가를 알고 싶을 뿐이다."
인용이 길어졌습니다. 연말을 맞아 가슴에 와 닿는 구정이기 때문입니다. 한 해를 보내는 마당에 뒤돌아보면 누구든지 기쁨, 슬픔, 아픔, 아쉬움에 잘된일, 실패한 기억이 엇갈릴 겁니다. 원래 제목이 '인생의 가장 큰 교훈20'인 이 책은 그런 우리가 스스로 다독이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입니다. 그리고 앞의 글은 18번째 교훈 '나만 실패하는 게 아니다'에 나오는 글입니다.
35년간 교단에 선 지은이는 평범한 인물입니다. 아니, 행복하지 못한 편에 속한다 하겠습니다. 첫 결혼에 실패한 뒤 혼자서 세 아들을 길렀으니 말입니다. 그런데 진솔한 삶, 진지한 성찰이 바탕이 되어서일까요? 20대 초년생 세 아들과 고교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(나의 아이들이 알아으면 하는 20가지)란 제목으로 1992년에 낸 이 책은 입소문만으로 베스트 셀러가 됐답니다. 교훈은 지극히 평법합니다. '둘러보면 곳곳에 웃을 일이 넘친다.''노력을 대신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,' '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것, 그 이상이다.' 등이 그렇습니다. 여기에 지은이의 경험, 사색의 결과, 다른 인생의 스승들 가르침으로 살을 붙인 것입니다.
사실 이런 우의 자기 계발서, 마음 수양서들은 넘칩니다. 이 책을 눈여거본 이유는 딱 한가지 교훈 때문입니다. 바로 '인생은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 들여라' 입니다.
그림 같은 집에서 스위치 하나로 가사가 척척 해결되고, 며칠 만에 체중을 쏙 빼고 한 달만에 외국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등 우리 주변엔 '행복한 환상'을 주는 광고가 넘칩니다. 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. 지은이는 "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.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한탄만 할 것인가, 해결할 것인가" 란 질문을 던지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충고합니다. 그러면 우리는 성숙해지고 시련이 곧 기회가 될 거라고 일러줍니다. 글쎄, 그 효과는 알 수 없지만 한 번뿐인 우리 인생,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 보는 데 도움이 되리란 점은 약속드립니다.( 인생의 가장 큰 교훈/ 할 어반 지음/ 김문주 옮김, 더난출판)
출처 중앙일보. 2005/12/7/수/25면)